주식회사 부산은행
2023.01
부산 중구 신창동1가
부산은행의 1호점 건물. 개점을 한 1967년 이전에는 부산상공회의소로 사용되던 건물이라고.
정확한 자료를 찾을 수 없지만 건물자체는 1957년 즈음에 지은 건물로 보인다.
최근에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과거 부산은행 개점 당시 현판을 재현해놓았다. 그래서 영문 표기도 예전 "PUSAN"을 그대로 썼다. 과거에 현판이 있던 자리, 즉 정문(광복로)이 아닌 후문(일명 팥빙수 골목쪽)에 재현해놓은 점이 조금 아쉽지만, 현재 건물을 은행보다는 다른 용도 (문화공간)로 주로 사용하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건물의 역사성을 이렇게라도 나타내려고 한 노력에 박수. 후문 입구 아래 쪽에는 당시의 사진을 담은 액자도 붙여놓았더라. 관광객이 바로 액자 옆에 서있어서 사진에 담지는 못했다.
1967년 부산은행 신창동 1호점 개점 당시 사진. (출처 : BNK부산은행)
이 건물은 1990년대 후반까지 내 기억속엔 부산 ESS 외국어학원으로 존재한다. '국내 최초의 외국어학원'이라고 하는 ESS학원이 1960년에 오픈했다고 하니, 이래저래 역사가 깊은 건물이다. 그러고보니 부산은행도, ESS외국어학원도 내게는 이런저런 (애증의) 유년의 기억이 뒤섞인 대상이다.
지금 건물에는 부산은행에서 운영하는 갤러리와 극장(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 부대시설이 위치한다.
주차장이 자리한 독특한 입구를 지나 극장으로 가는 계단을 걸어오르면 과거 ESS학원 계단을 오르내리던 기억이 겹친다.
벽 등은 리모델링을 했지만, 계단은 과거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98-90년대 2층에는 어학원 접수처(부스)가 있고 3층에 올라가면 강당과 로비, 어학실 등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로비에 있던 큰 화면의 TV에는 위성 CNN뉴스나 자막 없는 외화가 늘 나오고 있었다. 국내 극장에서는 아직 개봉을 하지 않았던 터미네이터2 같은 외화 장면들이나, 걸프전 뉴스 영상을 그 TV에서 보았었다. 그리고 로비 옆으로는 4층 강의실로 가는 오픈식 계단이 있었다. 아래가 그 계단이다.
과거에는 위 사진 속 좌측 소품샵 진열공간 자리에 대형TV와 대기 의자들이 있었다.
지금은 3층에 영화 관련 샵('금지옥엽')과 '모퉁이 극장'이 자리한다. 위 사진은 상영관 입구.
모퉁이 극장은 아트시네마를 주로 상영하는 72석의 작은 상영관인데 과거에 ESS어학원의 강당이 있던 공간이다.
참고로 3층의 강당은 이전 1950년대 부산상공회의소 시절부터 쭉 있었던 것 같다. 어학원 강당에서 이런저런 추억이 있는 나로서는, '이 자리에 극장이! 생기다니'...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그곳에서 영화를 보면 여전히 낯설고 생소하다.
강당으로 사용될 당시엔 교회식 긴 의자 열이 있었다. 학교 강당처럼 제법 큰(어렸던 내게 그렇게 보였겠지만) 무대도 앞에 자리했다. 강당이 있던 학교를 한번도 다녀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 곳의 강당은 학창시절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지루한 주말수업에 마치 예배당 같던 강당 창문 밖에 보이던 부산 기상청 건물 풍경이나, 창 밖으로 들리던 남포동의 이런 소리들, 테이프를 파는 리어카에 틀어놓은 유행가 소리 등이 지금도 생생하다. 사춘기 시절, 처음으로 '부끄러움'을 경험한 무대의 기억도.
최근에 모퉁이극장에서 몇번 영화를 본 적 있는데, 늘 시간이 애매해서인지 몰라도 볼 때마다 객석은 나포함 두 명. 그래도 혼자가 아닌 게 어디냐. (그러고보니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 인디플러스도 마찬가지였다) 어찌되었든 부산에 이 작고 소중한 상영관들이 계속 유지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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